설악산 종주 산행기-3.

설악산 중청대피소에서의 하룻밤.
저에게는 참으로 특이한 경험의 밤이었습니다.
남녀가 뒤섞인 이상한 밤.
"쌔액 쌔액"하고 숙소 밖에서 들리는 칼바람 소리.
나중에 들으니 그 소리는 설악산의 소리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설악산의 바람소리는 유명하다는 얘기.

알람을 맞춘 새벽 4시.
막상 일어나 보니 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깜깜한 밤의 세상입니다.
어두움과 칼바람 소리.

그래도 새벽을 열기 위해 헤드랜턴을 점검하고 대청봉을 향해 나서는 등산객들.
저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 길을 나섭니다.
칡흙같은 어둠속에서 저 멀리 여명이 터 오르고 있습니다.
그 여명이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대피소는 아직 칡흙같은 어둠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출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대청봉의 찬란하고 장엄한 일출에 대한 희망속에.
이렇게 날씨가 좋을줄 미리 알았으면 초등학교3학년 조카를 대피소에 남겨두지 말것을 그랬나 하
는 후회가 듭니다.

더욱 불타오르는 여명.
일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부풀어 오릅니다.
중청대피소에서 20분만 오르면 대청봉 정상이라는 산행 안내 정보.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되겠지요?
그 날의 날씨와 기후에 따라 시간이 변한답니다.

그 날의 기후와 날씨에 따라 대청봉 일출 보기를 포기하는 날이 1년 365일 중에 300일이 넘는다
고 하니 설악산의 못되고 심술궂은 기후와 날씨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구름 낀 중청봉과 그 밑의 대피소.
하늘높이 떠 있는 반달.
그리고 대청봉에 펼쳐진 진달래꽃밭.

그런 몽환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새벽의 대청봉을 처음 오르는 저는 행운아 입니다.
몇번이나 뒤를 돌아다 보았는지...

새벽의 진달래 능선.
어둠을 밀어내며 분홍색을 펼쳐보려는 능선의 아름다움은 카메라나 제 눈으로 도저히 표현을 하
지 못하겠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찬란한 여명을 배경으로 각자 기념사진을 찍느라 대청봉 표지석앞에 줄을 설 정도.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구름이 많아서 혹시 일출을 보지 못할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오직 동쪽만 바라보고 서 있거나 혹은 앉아 있습니다.

구름 밑으로 서서히 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6시 40분이 되었군요.



더욱 선명히 보이는 해.
2008년 5월 26일 월요일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일출입니다.



지금 이 사람들은 찬란하고 장엄하게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소원을 염
원하고 있을까요.



저는 해님에게 가족들의 건강을 바라는 소박한 소원을 빌어봅니다.



저마다 갈길이 바쁜 듯 일출을 감상한 산객들이 서둘러 길을 떠나갑니다.
붐비던 사람들이 휭하니 떠나간 텅 빈 대청봉의 표지석.


저도 하산 준비를 하기 위해 대청봉을 내려갑니다.
이날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일출은 제 가슴속에 깊이 새겨질 것입니다.

저 밑으로 공룡능선이 서서히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룡능선을 감상하며 하산하는 길이 벌써 기대가 됩니다.




설악산 대청봉의 진달래는 6월 중순까지 피어 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철쭉이 피어 나겠지요?
여름의 철쭉을 보고 싶으시다면 설악산 대청봉으로 가 보세요.

이제 중청대피소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아침8시경에 하산을 위해 출발할 예정입니다. 
어느 절에서 시작해서 어느절에서 끝나시는지?
만행(漫行)을 하시는 듯한 초로의 스님 한분이 대청봉을 향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마도 봉정암에서 출발하신 듯.
무심히 지나치시는듯 하더니 저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하십니다.
저도 얼결에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의 깨달음을 향한 여행에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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