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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키토 – 부자가 된 가난한 여행자 여행안내기

Hola! 적도의 도시 에콰도르 키토에서 다시 또 인사드립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마음이 계속 붕 떠 있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제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갈라파고스에 가게 되었거든요! 오랫동안 고민하고 지른 거라 후회는 눈곱만치도 없지만 금전적인 타격에 조금 힘이 드네요. 아래 사진은 단순 짤방. 숙소 앞 산프란시스코 교회에요. 글만 보면 지루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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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 가는 게 자랑

  자, 다윈 할아버지께서 종의 기원을 쓰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갈라파고스. 세계 마지막 지상낙원으로도 통하는 곳이죠. 그 옛날엔 들어가기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이젠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로 섬이 몸살을 앓아 곧 폐쇄조치가 떨어질 거란 소문이 은근 나돌고 있어요. 하긴 뭐, 그 유명한 캄보디아 앙코르 왓도 매년 보수공사에 들어가 일시 폐쇄한다는 소문이 있어 다급해진 전세계 여행자들을 끌어모으고 있긴 합니다. 저도 이 소문 때문에 몇해 전 부랴부랴 앙코르 왓에 갔던 사람 중 하나에요. 어쨌든 캄보디아야 한국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 맘만 먹으면 쉽게 간다지만 여기 남미는 또 언제 올지 몰라 경제적인 압박에도 불구, 도무지 갈라파고스를 빼놓을 수 없었답니다.

  갈라파고스를 즐기는 방법은 꽤 여러가지에요.

1. 비행기표만 끊어서 그냥 간다 - 일단 섬에 들어가 거기 여행사를 이용해 배를 컨택하는 겁니다. 하지만 저같은 단독 여행자는 배를 수배하기 어려워요. 때문에 패스.

2. 섬에 있는 호텔에서 먹고 자는 투어를 선택한다 - 크루즈 투어보다 값은 월등히 쌉니다. 하지만 섬을 기점으로 움직이다 보니 가동성이 떨어지고 볼 수 있는 게 많지 않겠죠. 게다가 섬 거주인구가 증가하면 생태파괴에 일조할 수도 있답니다.

3. 크루즈 투어를 이용한다 - 일단 비행기를 타고 섬에 들어가 예약된 배에서 숙식하며 여기저기를 가는 투어입니다. 배는 수페리어급, 투어리스트급, 이코노미급으로 나뉘어요. 제가 바라는 건 당연 이코노미급인데 이는 항시 만원이예요.

  키토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한 달은 굶었음직한 하이에나 눈빛으로 여행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갈라파고스에 가려는데요, 여행사 많은 곳좀 알려주세요.”

  "제 친구가 일하는 곳인데 제 이름 대면 잘해줄 거에요.”

  오오, 역시 저는 럭키짱이죠. 마침 숙소에 계시던 키토 현지분이 친구를 소개시켜줬어요. 이날 투어를 계약할 결심을 하곤 무려 2천 달러를 뽑아 들고 주변 시선이 두려워 택시를 타고 바로 직행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여행사 직원 안드레스 아로씨. 그가 제시한 8일짜리 크루즈 투어 가격은 키토 왕복 비행기표 포함 약 1,350달러입니다. 마침 투어리스트급 배에 딱 한 자리가 비어 라스트 미니츠(Last Minutes, 긴급모객)가 발동 중인데 바로 그 자리에요. 보통 가격보다 많이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쿠엔카에서 알아본 가격보다도 무려 500달러 가량이 저렴합니다.

  "다른 곳에 가도 이 가격 어려워요.”

  "믿습니다! 친구가 추천해준 건데 무조건 아저씨를 믿어야죠.”

  그러곤 돈을 여행사 금고에 보관해놓고 계산하기 전 점심을 먹으러 어슬렁거리는데 다른 여행사 광고판에 붙은 똑같은 배 긴급모객 광고를 보고야 맙니다. 아, 들어가서 물어볼까 말까, 아로씨한테 믿는다고 했는데 배신할 순 없어. 아냐...그래도 더 쌀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3초간 갈등하다 결국 들어가 값을 물어봤죠. 아아아 그래, 난 의리따윈 없어. 그런데 헉! 약 20달러가 더 싸네요.

  "아로씨, 저기...죄송해요. 다른 데 물어봤는데요. 여기보다 20달러가 더 싸요...”

  "음. 수수료 물어봤어요? 그 가격은 액면가고 여행사 수수료가 붙지 않은 건데요...오케이! 제 친구 믿고 왔으니 수수료 없이 그 가격으로 드리죠!”

  와아! 투어리스트급 배 라스트 미니츠를 따고 들어간 것도 그렇고 좋은 분 만나 투어 산 것도 그렇고 행운이 줄줄 따라 붙습니다. 출발하기까진 1주일이나 남아 있어요. 그동안 키토 구경이나 하죠 뭐. 계약 후 들뜬 마음으로 아로씨와 한 컷! 가는 거야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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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에선 무슨 일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그렇게 좋아?”

  숙소에서 뭘 고쳐보겠다고 칼로 힘을 쓰다 그 칼에 보기 좋게 손가락을 뱄습니다. 지혈하면서 앉아 있으니 옆방 친구 료코가 비오는 날 머리에 꽃단 여자 본다는 듯 말을 거네요. 제가 실실 웃고 있었거든요.

  "응! 나 너무너무 좋은 거 있지? 료코 너도 가면 좋을 텐데...”

  "그러게. 갈라파고스는 못가도 적도(Mitad del Mundo)는 갈 수 있어. 같이 갈래?”

  "응! 응!"

  적도는 키토에서 약 23km 떨어져 있어요.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룰루랄라 신나게 갑니다. 8개월째 남미 여행중인 일본 아가씨 료코는 간호사래요.

  "료코, 그럼 나 손가락 많이 아픈데 약 있어?”

  "약은 줄 수 있는데 너무 믿진 마. 너한테 필요한 건 약이 아니라 시간 같은데?”

  아, 까칠하시다. 엄살 떨면 걱정해주는 척이라도 해야 백의의 천사 아니야? 하지만 까칠한 부분이 저랑 비슷해선지 가는 길이 훨씬 재밌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적도 기념비. 입장료는 무려 2달러네요. 별로 볼 것도 없는데 비싸서 툴툴거리며 가까이 가니 사람들이 모두 기념비 앞에서 만세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손으로 탑 위의 지구를 떠받든 모양을 해 사진을 찍는 거였네요. 다들 아틀라스가 되고 싶으신 건가? 저희도 여기 온 기념으로 똑같은 자세를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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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노란 선 보이시나요? 저게 바로 적도랍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적도는 가짜에요. 그냥 기념비에 적도 흉내내려 그려놓은 거죠. 진짜 적도는 좀 떨어진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어요.

  사진도 찍고 좀 어슬렁거리는데 이날 무슨 행사가 있었나 봅니다. 정장한 사람들이 국가도 부르고 연설도 하고 그러네요. 마침 행사장 근처에 전통복장한 사람들이 있어 같이 사진 한 장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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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 재밌는 거를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적도 기념비는 진짜 기념일 뿐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시시하긴 매한가지군요. 아, 입장료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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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진짜 적도로 가볼까?”

  그리해서 찾은 태양 박물관(MUSEO INTI NAN). 여기서 진짜 적도를 밟을 수 있습니다. 적도 기념비를 등지고 밖에 나와 왼쪽길로 10분 정도 가면 나와요. 여기는 입장료에 가이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저흰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죠.

  "그런데 왜 두 분이서 영어랑 스페인어로 대화하세요?"

  "저는 한국인이고, 이쪽은 일본인이거든요.”

  "두 나라가 다른 말 써요?”

  동양인은 다 같은 언어를 쓴다 생각하신 건지 가이드 언니 질문이 참 난처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고 재밌는 분이에요. 적도 설명에 들어가기 전 이곳 문화와 관련된 것들부터 보게 됩니다.

  살아 있는 거대한 보아 구렁이도 보고, 요도로 들어가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는 민물고기도 보고, 시체 머리를 잘라 눈코입을 빼서 작게 만들어 보존했던 오래전 풍습도 듣고 그랬어요. 이리 써놓고 보니 무시무시한 것만 보고 들었네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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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본격적으로 적도 설명에 들어갑니다. 짜잔! 저희가 폼잡고 있는 사진 속 라인이 진짜 적도입니다. 보기엔 그냥 맨 땅에 선 하나 그어놓은 거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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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여기가 적도라는 걸 증명할 시간입니다. 가이드 언니가 노란 선 위에 있는 개수대로 저흴 부르네요. 그러곤 물이 고인 개수대의 마개를 뺐어요. 그 즉시 물이 신나게 빠져나가는데 평소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회전 없이 물이 그냥 쭉 빠지거든요. 이해가 잘 안되시나요? 그렇다면 부엌 개수대나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마개를 빼보세요. 반시계방향으로 물이 회전하면서 내려가죠? 북반구에선 그런데 여기 남반구에선 시계 방향으로 물이 회전하며 내려가요. 하지만 적도에선 물이 회전하지 않고 그냥 일직선으로 빠져 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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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하나 더. 적도에선 계란이 일자로 섭니다. 콜롬부스처럼 계란을 깨서 세운다는 발상의 전환 타령이 아니라 원상태로 바로 서요. 너무 신기한 나머지 료코와 저도 번갈아 가며 계란을 못 머리 위에 세워봅니다. 와! 진짜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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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서있는 계란 정말 퐌타스틱해요~!)

  이밖에도 적도 위에선 사람의 힘이 약해져요. 적도 위의 중력이 약해서 그렇답니다. 물이 회전없이 빠지고 계란이 서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는데 솔직히 정확하겐 이해를 못했어요. 그래서 자문을 구했습니다. '과학이 제일 쉬웠어요' 창욱군. 만코라 길동무죠. 아래는 창욱군의 메일 내용이에요.

  '먼저 계란의 경우. 적도에서는 다른 위도보다 중력이 약해서기도 한데 다른 영향도 있어. 즉, 중력의 방향이지. 적도와 극에서는 중력의 방향이 만유인력방향(지구 중심방향)과 같아서 계란을 똑바로 세울 수 있어. 다른 위도 지방은 엄밀히 말해 중력의 방향이 지구 중심방향이 아니라서 세우기 힘든 거고.

  두번째, 방향을 바꾸는 전향력은 북반구와 남반구에선 서로 반대이고 적도에는 없어. 그래서 물이 회전없이 빠진 거야. 하지만 개수대에 고인 물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빠지는 건 꼭 북반구, 남반구, 적도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어. 전향력은 태풍같이 큰 규모에만 해당되서 개수대의 소용돌이 정도는 배수관 생김새 등 다른 변수의 영향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는 거지'

  음...그렇다는 군요. 이해는 독자 여러분의 몫인 거죠! 어쨌든 여기 박물관 정말 재밌습니다. 많은 여행자가 적도 기념비만 보고 오는데 진짜 적도도 놓치지 말고 꼭 보세요.
 

  인기 만빵 한국 요리

  "매일 그렇게 한 상 거하게 차려?”

  요리해서 저녁먹으려고 앉으니 숙소 장기 체류자 미사가 말을 겁니다. 나물도 두 가지나 하고 고기 반찬에 국까지 끓였거든요. 혼자 먹기엔 좀 많죠. 하핫.

  "응, 내 모토가 잘 먹자거든.”

  "나 한국 요리 되게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예의바른 한국 처자가 가만히 있을 순 없죠.

  "그래? 내일 한국마트에 재료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저녁에 맛있는 거 해줄게.”

  이리 해서 미사, 그리고 요시 아저씨와 함께 한국마트를 찾았어요. 요시 아저씨는 8개월 전 멕시코 시티에서 만난 적 있는 반가운 인연입니다. 메트로 부스를 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 길. 이 두 일본인은 스페인어만 해서 이날 제 스페인어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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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장터'라는 한국마트를 찾았는데 값이 꽤 세네요. 된장 5달러, 고추장 9.5달러. 하지만 너무 먹고 싶었던 거라 두 눈 질끈 감고 질렀습니다. 그러고 숙소로 왔더니 이날 저녁을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무려 일곱 명! 숙소에 일본인들이 유독 많은데 한국 음식 소문에 다들 함께하고 싶답니다.

  기대하는 사람이 이리 많으니 제대로 요리해야 하는데...미역이랑 두부를 넣고 된장국도 끓이고, 겉절이도 무치고, 배까지 갈아 넣은 불고기도 한 10인분 만들어 아예 파티를 열었어요. 일본인들이 의외로 고추장을 좋아해 고추장도 그냥 풀었습니다. 10인분이 모자를 만큼 다들 맛있게 먹어줘 뿌듯했어요. 재료비는 1인당 2.8달러 정도 나왔네요.

  "숙짱, 너 된장이랑 고추장도 많이 썼잖아. 우리 3.5달러씩 걷기로 했어. 네가 수고한 거에 비해서 조금밖에 못줘 미안해.”

  기대하지 않았던 건데 고맙습니다. 사실 일본 여행자들과 함께 지내기는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워낙 짠돌이 짠순이들이라 뭘 하자고 제안하기도 그렇고 주고 받는 게 확실해 인간미 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거든요. 어쨌든 이날 제가 가진 재주로 환심도 사고 이날 사귄 친구들한테 도움도 많이 받고 좋았답니다.
 

  마마 네그라, 여기좀 봐줘요!

  "숙짱, 내일 수업 빼자. 라타쿤가(Latacunga)에서 1년에 한번 열리는 '마마 네그라' 축제가 내일 열리거든. 춤추느라 힘든데 바람도 쐴 겸 같이 안 갈래?

  옥상에 앉아 신선놀음하고 있을 때 시바가 말을 겁니다. 한국 음식 파티 때 만난 시바는 남미에서 1년 동안 살사를 배웠대요. 제가 살사에 관심을 보이자 매일 한 시간씩 무료로 살사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살사를 며칠 추다보니 그게 제 체질이었나 봐요. 정말 재밌고 진도도 팍팍 늘고 있어요. 어쨌든, 1년에 한번 열리는 축제가 있다니 구미가 확 당겨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라타쿤가로 향했습니다. 길동무는 미사, 시바, 스위스인 토비와 숙소직원 리카르도 그리고 저예요. 축제로 길이 막혀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라타쿤가. '인산인해란 이런 것이다'를 한 눈에 보여주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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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도착 직후부터 몸이 이상합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프네요. 웬만하면 참아보겠는데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약국에 갔다온다니 다들 그 인파를 뚫고 동행해줬어요. 미안하고 고맙고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숙짱, 약 먹고도 안좋아지면 같이 키토로 가줄게.”

  친구들이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는데 나아야지요. 다행히 30분 정도 지나니 약발이 듣네요. 요즘 허리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어쨌든, 이제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러 가볼까요?

  라타쿤가의 '마마 네그라(Mama Negra, Black Mother)' 축제는 에콰도르에서도 손꼽히는 큰 행사입니다. 화산 폭발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달라 신께 기도하는 축제에요. 주변에 코토팍시라는 거대한 화산이 있거든요. 마침 신문 1면에도 크게 실렸네요. 꽤 익살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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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하기 좋은 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급기야 어디선가 사다리까지 공수해와 건물 옥상 진입을 꾀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희도 올라가려다가 제재받아 내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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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없이 의자를 밟고 올라 구경하기로 합니다. 덩치 큰 토비가 결정적인 순간엔 의자를 눌러줘 의자 등받이를 밟고 서서 구경할 수 있었어요. 술병을 들고 다니는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연신 관중들에게 술을 따라 줍니다. 관중들도 술병을 갖고 있다 행렬하는 사람들에게 따라주고 그래요. 누가 참가자고 관중인지 잘 구별도 안됩니다.

  돼지 한마리를 통째로 구워 주변에 기도 달고 술병도 달아 그걸 지고 행렬하는 사람들. 돼지에 매달린 작은 동물들은 쿠이라고 불리는 남미 고급 요리에요. 우리나라에서 기니피그라고 불리는 바로 그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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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마마 네그라는 행렬 맨 끝에 나온대요. 뙤앙볕에 지쳐 그늘에 앉아 현지인들과 수다떨며 마마 네그라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날이 더워 시원한 맥주를 연신 들이켰는데 시바 얼굴은 이미 불콰하게 달아올랐네요. 여튼 모두들 아픈 친구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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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앉아 있을 때 갑자기 커다란 환호소리가 들립니다. 마마 네그라님이 등장하셨나봐요. 부랴부랴 의자로 다시 올라가니 재밌는 얼굴의 마마 네그라가 흑인 아기인형을 들고 관중들에게 물을 뿌리며 행차중이십니다. 다들 자기한테 물좀 뿌려달라 해 온통 아수라장이에요. 저희도 '마마'를 외치며 시선좀 끌어보려 애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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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마 네그라까지 지나가니 사람들이 썰물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갑니다.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넘실거리고 흥겨운 사람들은 음악만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몸을 흔듭니다. 며칠 배운 살사로 시바와 공연을 펼쳐볼까 하였으나 심신이 노곤하여 패스. 허리 때문에 고생좀 했지만 안봤으면 많이 후회했을 만큼 신난 하루입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래

  매일밤 9시. 옥상에서 산프란시스코 광장을 내려다보며 옆방 친구 신지와 갖는 티타임입니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친구라 그와 대화하다 보면 스페인어가 자연스럽게 늘어서 좋아요. 언제나 친절하고 장난기도 많아 발랄하게만 봤는데 여자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고 몇 년 괴로워하다 여행을 결심했대요.  

  "왔구나 신지, 오늘은 차마시러 안오는 줄 알았어. 온종일 보이지도 않던데 또 종일 책읽었어? 혼자 있는 거 진짜 좋아하나봐.”

  "처음엔 혼자인 게 싫었는데 이젠 혼자가 편해. 하지만 가끔 외로워서 미칠 것 같긴 하지. 넌? 혼자 여행하는 거 안심심해? 외로울 때 없어?”

  "왜 없겠어. 그래도 지금이 좋아. 아직은 타인보다 날 더 사랑하거든...헤헤.”

  "넌 좀 이상한 애 같아. 몇 년 모은 돈 여행에 다 쏟아붓는 것도 이상하고, 여자애 혼자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처음엔 네가 그 비싼 갈라파고스 투어도 사고 노트북도 이고 다녀서 되게 부자인 줄 알았어.”

  "나 부자 맞는데. 은행 계좌는 곧 바닥을 치고 돈은 다 사라질 테지만 여기 지금 이 시간은 내가 기억하는 한 평생 내 재산이 될 테잖아. 너도 슬픈 기억이 있지만 그 기억 때문에 지금의 네가 된 거고, 그래서 더 어른이 된 거 같다고 그러지 않았어? 그럼 너도 부자가 된 거야.”

  "하하. 이상한 논리지만 네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갈라파고스 잘 다녀와. 네가 올 때쯤이면 난 여기 없겠다. 며칠이었지만 너랑 차마시면서 얘기할 수 있어 좋았어.”

  "나도. 덕분에 스페인어도 많이 늘었어, 그지? 신지, 나중에 일본에 돌아가면 연애도 다시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그럴 거지? 세상엔 평범한 사람도, 외롭지 않은 사람도 없대.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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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토의 1주일. 처음 도착할 땐 대도시라 어안이 벙벙하고 막막했었는데 즐겁고 보람차게 잘 보냈습니다. 스페인어도 어느때보다 많이 하고 살사도 배우고 마음이 예쁜 사람들도 많이 만난 고마운 시간. 하지만 이제 갈라파고스로 향할 시간입니다. 또 어떤 인연이 다가올지,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그게 제일 기대되요.

  그럼, 천혜의 자연 갈라파고스 이야기로 다음주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키토 간단 여행 Tip

숙소

  수크레 호텔(Hotel Sucre) / Bolivar 615 and Cuenca / 1인 2.5달러 / 별 3개

적도

  미타드 델 문도(Mitad del Mundo) / 제겐 시시했던 적도 기념비죠 / 입장료 2 달러

  태양 박물관(Museo Intinan) / 입장료 3달러(가이드 포함) / 꼭 가세요!

메트로 부스 - 전구간 0.25달러

- 에콰도르는 미국 달러를 사용합니다.
- 숙소는 아마 키토에서 제일 싼 값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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